크림 파스타
“오빠가 맨날 파스타 먹여서 살쪘어. 오늘부터 다이어트다.”
스텔라는 제 옆구리를 손끝으로 붙잡아 보이며 제법 비장하게 선언했다. 실제로 잡힌 것이라고는 얇은 홈웨어 위로 간신히 집히는 살갗뿐이었으나, 그녀는 마치 지난 몇 달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타락에 빠져든 사람처럼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이현은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에 든 와인잔을 느리게 기울일 때마다 붉은 액체가 잔의 벽을 타고 끈질기게 흘러내렸다. 스텔라가 며칠 전 사다 놓은 향초에서는 그가 이름조차 외우지 못하는 꽃의 냄새가 났고, 낮게 깔린 재즈 음악은 주말 저녁의 관사를 지나치게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네가? 다이어트를?”
목소리에 어린 의심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스텔라의 눈썹이 금세 치켜올라갔다. 서이현은 웃음을 참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스텔라가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그는 파스타를 만들었고, 치즈를 조금만 넣어달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며,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찍어 먹이는 것까지가 한 끼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살이 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지금의 스텔라가 가장 보기 좋았다. 팔 안에 안았을 때 지나치게 가볍지도, 그렇다고 손끝에 부드럽게 잡히는 것이 없지도 않은 몸. 굳이 바랄 것이 있다면 오히려 조금 더 잘 먹이는 쪽이었다.
“작심삼일. 아니, 하루도 못 가겠네. 밤 되면 배고프다고 뭐 시켜달라고 매달릴 게 뻔한데.”
스텔라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 반응까지 예상했던 서이현은 와인을 한 모금 삼키며 느긋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발끈한 그녀가 내기를 걸거나, 적어도 오늘만은 마지막 만찬이라며 냉장고를 뒤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그를 노려보던 스텔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칼을 꺼냈다.
“그럼 나 다이어트하는 동안 오빠랑 잠자리도 안 해.”
와인잔을 흔들던 손이 멈췄다.말뜻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다. 서이현은 천천히 눈을 들어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방금 내뱉은 선언이 얼마나 효과적인 협박인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음식을 참는 동안 그에게도 똑같이 무언가를 참게 하겠다는, 다소 유치하지만 치명적으로 정확한 보복이었다.
그는 당장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취소시키고 싶었다. 다이어트와 잠자리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따져 묻고, 자신들의 밤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죄를 물어 소파 위에 눕혀 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서이현은 그러지 않았다. 스텔라의 고집을 억지로 꺾는 것보다, 그녀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는 쪽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는 스텔라가 먼저 포기할 거라고 확신했다. 고작해야 이틀. 길어야 사흘이었다. 결국 배가 고프다거나 보고 싶었다는 핑계를 대며 제 품으로 파고들 것이고, 그는 충분히 애를 태운 뒤 너그럽게 받아주면 되었다.
“좋아. 해 봐.”
서이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나른하게 웃었다. 패배할 가능성이라고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날 밤, 그는 서랍 깊숙이 처박혀 있던 작은 수첩을 꺼냈다. 업무와 무관한 일을 글로 남기는 취미는 없었다. 일기라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루 동안의 불필요한 생각을 주절거리며 자기연민을 확인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그는 첫 장에 날짜를 적었다. 처음에는 단지 스텔라가 며칠 만에 굴복하는지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놀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그 수첩에는 그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문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D-DAY 1
정스텔라 다이어트 선언.
웃기고 있네. 🤣
파스타 먹고 싶다고 먼저 조른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나 때문에 살쪘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지금이 딱 좋다. 더 빠질 데도 없고, 오히려 좀 더 먹어도 된다.그런데 금욕이라니.
이건 명백한 억지다.어차피 오늘 밤부터 배고프다고 징징거릴 테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크림 파스타 정도는 만들어줄 생각이다.
물론 바로 받아줄 생각은 없다.
조금 애태워야지. 😏오늘은 봐준다.
귀여우니까. 🖤
첫날 밤까지도 서이현은 여유로웠다. 스텔라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그는 평소처럼 침실에 누웠다. 다만 잠들기 전 습관처럼 팔을 뻗었다가 손끝에 아무것도 닿지 않자 잠시 눈을 떴다. 스텔라가 없는 밤이 처음도 아닌데 침대가 불필요하게 넓었다. 베개에 남은 향도 희미했다. 그는 아직 사흘 중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D-DAY 2
아침부터 샐러드만 먹었다.
점심에도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정체를 알 수 없는 풀.
진짜로 하네? 🤨강승우 중위가 옆에서 불쌍하다는 듯 쳐다봤다.
남이 뭘 먹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할 일이 그렇게 없나.퇴근하고 저녁 먹자고 했더니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갔다.
거짓말인 건 안다. 약속이 있으면 전날부터 나한테 몇 시까지 끝내야 한다고 세 번은 말했을 테니까.집이 조용하다.
민호도 누나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조금 심심하다.
정말 조금.
둘째 날 저녁, 그는 습관적으로 파스타 면을 꺼냈다가 다시 찬장에 넣었다. 혼자 먹기에는 번거로운 음식이었다. 냉장고 안에는 스텔라가 사다 놓은 탄산수와 생크림, 반쯤 남은 파르미자노 치즈가 있었다. 치즈를 내려다보던 서이현은 괜히 냉장고 문을 거칠게 닫았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연락하면 그녀가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간단히 술을 마시고 잠들기로 했다. 그날도 침대는 넓었다.
D-DAY 3
아직도 한다.
심지어 아침에 운동까지 하고 왔다고 한다.
광기다.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원래라면 내 표정부터 살피고, 커피를 마셨는지 물었을 텐데.보고서 결재를 받으러 왔을 때 무심코 허리에 손을 올렸다.
움찔하면서 피했다.짜증 난다.
내가 뭘 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피하지?
잠자리만 안 한다고 했지 손도 대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
그냥 내일 당장 끝내 버릴까.
아니다. 참는다.
내가 먼저 깨면 지는 거다.
셋째 날부터 불편함은 자존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스텔라가 가까이 있는데도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녀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보고서를 넘기는 손가락과 군복 아래로 드러난 목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 때 잠깐 보이는 작은 점까지 불필요할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제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던 것들이었다. 소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새삼스럽게 탐났다.
그는 그 감각을 욕구라고 단순하게 정리하려 했다. 일시적인 금단 증상일 뿐이었다. 익숙했던 습관이 차단되었으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문제는 조금 달라졌다. 스텔라의 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잠들기 직전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내쉬던 한숨이었고, 아침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물을 찾던 목소리였다.
D-DAY 4
훈련 계획을 보고하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얼굴도 전보다 작아 보인다.그만하라고 할 뻔했다.
저녁에 뭐라도 먹이겠다고.내가 왜 그래야 하지? 본인이 시작한 일인데.
임진태 소령이 스텔라를 붙잡고 요즘 힘든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기분이 나빠져서 야근시켰다.
물론 나도 남았다.책상 밑으로 다리를 건드렸더니 의자를 뒤로 뺐다.
또 피했다.😩 미치겠네, 진짜.
안 건드릴 테니까 그냥 옆에만 있으면 안 되나.
……
방금 문장은 취소한다.
옆에만 둘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날 야근은 일이라기보다 구실에 가까웠다. 서이현은 읽을 필요도 없는 보고서를 오래 붙들고 있었고, 스텔라는 맞은편에서 말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사무실 안에는 키가 눌리는 소리와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라면 그 정적은 편안했을 것이다. 둘 사이에는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친밀함이 있었고, 일이 끝나면 어느 관사로 향할 것인지 역시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침묵에는 금지된 문이 하나 서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도 닿아서는 안 되는 사람. 서이현은 책상 아래로 발을 뻗어 스텔라의 발목을 건드렸다. 그녀가 놀라 의자를 물리자 사소한 거절 하나가 예상보다 깊이 들어왔다.
그는 그날 처음으로 내기에서 이기고 싶다기보다, 이 내기 자체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했다.
D-DAY 5
회식.
다들 술 마시고 고기 먹는데 혼자 물만 마셨다.
참모장님이 권한 술도 거절했다.독한 여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취한 척 어깨에 기대 봤다.
스텔라가 나를 밖으로 부축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그런데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나만 태워 보냈다.🚕
차 문이 닫히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기사도 백미러로 나를 이상하게 봤다.집에 오는 내내 화가 났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망할 놈의 다이어트.
택시가 출발하자 창밖으로 스텔라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졌다. 그녀는 그가 탄 차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따라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서이현은 기사가 말을 걸어오는 것도 듣지 못한 채 뒤를 돌아보았다. 허리에 감겼던 스텔라의 팔이 사라진 자리가 이상할 만큼 허전했다. 일부러 취한 척 기댔을 때 그녀의 체온이 잠깐 닿았고, 그는 그 짧은 접촉 하나로 오늘 밤은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였다. 한 번 확인한 온기는 부재를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관사에 도착한 뒤에도 그는 한동안 불을 켜지 않았다. 소파 위에는 스텔라가 덮던 담요가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 식탁 한편에는 그녀가 두고 간 머리끈이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물건들이 집 안 곳곳에서 주인의 부재를 증언했다. 서이현은 자신이 스텔라를 그리워한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없는 공간에서 아무렇지 못한 자신을 더 견딜 수 없었다.
D-DAY 6
연락이 없다.
출근해서도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일부러 피하는 게 분명하다.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다섯 번 읽었다.서랍에 있던 초코캣 스티커를 만지작거렸다.
이게 왜 내 서랍 안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스텔라가 붙여놓은 게 분명하다.오늘 퇴근하면 찾아간다.
내가 졌다.아니다.
항복이 아니다.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지휘관의 합리적 판단이다.…그냥 보고 싶다.
마지막 문장을 쓴 뒤 서이현은 한참 동안 펜을 움직이지 못했다. 수첩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지만, 이미 적힌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보고 싶다. 지나치게 단순해서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문장이었다. 욕구나 습관, 승부욕 같은 말로 덮어 두었던 감정이 결국 가장 유치하고 솔직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
그는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 스텔라의 집까지 가는 동안 무슨 말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화를 낼 수도 있었고, 몸을 망치는 다이어트는 그만두라고 명령할 수도 있었다. 내기의 조건이 애초부터 불공정했다며 무효를 선언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그가 생각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스텔라가 자신을 돌려보내면, 그는 무슨 명분으로 이곳에 더 서 있을 수 있을까.
문이 열렸다.
스텔라는 편안한 홈웨어 차림이었다. 일주일 전보다 핼쑥해진 얼굴, 다이어트를 해냈다는 뿌듯함보다 지친 기색이 먼저 보이는 눈. 놀라서 커진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들어차는 순간 서이현의 인내는 너무도 간단하게 끝났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서며 스텔라를 끌어안았다. 등이 문에 닿고, 현관문이 그의 발뒤꿈치에 밀려 닫혔다. 팔 안에 들어온 몸은 기억보다 가벼웠다. 그 사실이 욕망보다 먼저 분노를 불러왔다. 무엇을 증명하겠다고 이렇게까지 말랐는지, 왜 자신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따져야 했지만 입을 열면 보고 싶었다는 말부터 나올 것 같았다.
그는 스텔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향이 숨을 타고 들어왔다. 일주일 동안 관사 곳곳에 잔향처럼 남아 그를 괴롭히던 냄새가 이제야 온전한 체온과 함께 돌아왔다. 서이현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깊이 숨을 참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가슴 안쪽을 조이던 것이 조금씩 풀어졌다.
“내가 졌다.”
귓가에 떨어진 목소리는 낮고 쉰 듯했다. 장난처럼 시작된 내기에서의 패배를 인정하는 말이었으나, 스텔라는 그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고 싶었다. 네가 없는 집이 싫었다. 내 손을 피하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네가 내게 이만큼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이현은 스텔라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살이 빠져 조금 더 선명해진 광대 아래를 엄지로 쓸자 안쓰러움이 뒤늦게 밀려왔다. 그는 그녀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입술을 겹쳤다. 처음에는 확인하듯 조심스러웠던 입맞춤이 곧 깊어졌다. 일주일 동안 억눌러 둔 욕망만이 아니었다. 품 안에 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려는 조급함이 키스 사이사이에 배어 있었다. 스텔라가 그의 셔츠를 움켜쥐며 가까이 매달리자, 서이현은 자신만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비뚤어진 만족감을 느꼈다.
그날의 마지막 일기는 다음 날 아침 작성되었다.
D-DAY 7
아침.
옆에서 자고 있다.헬쓱해진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내 옆에 있으니 살 것 같다.
어젯밤 찾아가자마자 안고 입을 맞췄다.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매달렸다.너도 똑같았던 거다.
다이어트는 오늘부터 같이 한다.
단, 굶는 건 금지.
식사는 내가 관리한다.
운동도 같이 한다.그리고 밤은 예외다.
이건 협상하지 않는다.……
역시 내 옆에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 ❤️
“우으으…… 오빠가 만든 크림 파스타…….”
저녁이 되자 스텔라는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늘어뜨린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일주일 동안 그토록 독하게 버티고도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크림 파스타라는 사실에 서이현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처음 그녀의 선언을 들었을 때와 같은 조소가 없었다. 팔 안에 꼭 들어찬 온기, 가슴께에 닿는 머리카락, 투정 섞인 목소리까지 모두 되찾았다는 안도감이 웃음 끝에 묻어났다.
“결국 그거였어? 그렇게 독하게 버틴 이유가 고작 내 파스타 때문이었어?”
그는 스텔라를 조금 떼어 놓고 얼굴을 살폈다. 엄지로 볼을 천천히 쓸자 스텔라가 손바닥 쪽으로 뺨을 기댔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일주일 동안 쌓였던 불만이 형편없이 무너졌다. 서이현은 자신이 그녀에게 약하다는 말을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자신 없이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직접 식단을 챙기고, 무리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제 눈앞에 두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관리였다.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진작 말하지. 사람 나쁜 놈 만들고.”
“오빠가 먼저 못 할 거라고 놀렸잖아.”
“그래서 사람을 일주일이나 굶겨?”
“내가 굶었지 오빠가 굶었어?”
서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스텔라를 내려다보았다. 굶었다는 말이 꼭 음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텔라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눈을 피하며 그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그 손가락을 잠시 내려다보던 서이현은 턱을 들어 올려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짧게 끝낼 생각이었으나, 입술이 닿는 순간 지난 일주일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텅 빈 침대와 혼자 돌아오던 택시, 손을 피하던 스텔라의 몸짓. 그는 결국 한 손으로 그녀의 뒷목을 감싸고, 다른 팔로 허리를 끌어당겼다. 스텔라가 숨이 차 그의 어깨를 밀어낼 때까지 입맞춤은 끝나지 않았다.
“알았어. 해줄게. 크림 파스타.”
그는 붉어진 입술을 엄지로 쓸어 주며 낮게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또 뭔데…….”
“이제 혼자 굶지 마. 먹는 건 내가 정해. 운동도 같이 하고.”
“그건 오빠한테만 유리하잖아.”
“내가 만든 파스타 먹고 싶다며.”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서이현은 대꾸하는 대신 그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귓가로 입술을 가까이하자 스텔라가 미리 경계하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의 숨결에 낮은 웃음이 섞였다.
“그리고 다시는 잠자리 같은 걸 조건으로 걸지 마.”
“왜?”
“내가 못 버티니까.”
뜻밖의 솔직함에 스텔라가 고개를 돌렸다. 서이현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마주친 눈에는 장난으로 돌릴 수 없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불쾌할 정도로 길었던 일주일, 그녀가 제 일상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생긴 공백,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자각.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 같아, 그는 여전히 다른 말들을 골라 붙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그냥 나한테 말해. 살쪘다고 생각되면 같이 운동하자고 하고, 파스타가 먹고 싶으면 만들어 달라고 해.”
그는 스텔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없어지겠다는 식으로 협박하지 말고.”
스텔라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잠자리를 갖지 않겠다는 말이 그에게는 자신이 사라지는 일과 비슷하게 들렸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작게 웅얼거렸다.
“그럼 파스타부터 해줘.”
“순서가 틀렸어.”
서이현이 그녀를 소파 위로 천천히 눕히며 말했다. 일주일 동안 참아 온 사람이 짓는 얼굴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했으나, 셔츠를 붙잡은 손목을 감싸 쥔 힘과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조금도 느긋하지 않았다. 스텔라가 웃음을 삼키듯 입술을 깨물자 그는 그 입술 위로 다시 몸을 숙였다.
파스타는 조금 늦은 밤에야 만들어졌다. 서이현은 평소보다 생크림을 줄이고 버섯과 닭고기를 넣었다. 스텔라는 소파에 담요를 두른 채 주방의 등을 바라보았고, 그는 뒤를 돌아볼 때마다 그녀가 여전히 그곳에 있는지 확인했다. 완성된 접시를 앞에 놓으며 서이현은 오늘만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스텔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며칠 뒤 다시 먹고 싶다고 하면 그는 또 만들어줄 것이다.
서이현 역시 알고 있었다. 앞으로 다이어트의 규칙이 몇 번 바뀌든, 결국 자신이 스텔라의 접시를 채우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제 앞에서 잘 먹고, 제 침대에서 잠들고, 아침이면 아무렇지 않게 그의 일상 안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해야만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으리라는 것도.
그것은 패배라기보다 이미 오래전에 생겨난 습관이었으며, 습관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간절한 사랑이었다.
"이제 다이어트는 같이 하는 거야. 밤에는 지금처럼 그냥 나한테 다 먹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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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서 웃겨서 살찐 OOC 돌렸다가 썼음